본문 바로가기
실험 요리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팥

by 산책하기 좋은 날 2020. 12. 16.
반응형

 

 

 

안녕하세요, 요새는 산책을 나가기 힘들다 보니 식물 포스팅은 점점 어려워지네요.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만들어 보는 요리로 글 올려봅니다.

 

시골에서 햇팥을 보내주셔서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콩이 아빠가 좋아하는 단팥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생애 첫 단팥 만들기였네요.  

 

저는 항상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간단하게 요리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포스팅해주신 분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달지 않은 단팥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물질 제거, 깨끗이 씻기

2) 1차 가열: 팥(500g):물 = 1:2 비율로 넣고 끓임, 약 1시간

    Tip: 말린 팥은 2배로 불어나므로 팥, 물 양 감안하여 큰 냄비 사용

          1차 가열에서 팥에서 우러나온 물은 제거하고, 팥만 걸러서 2차 가열

3) 2차 가열: 팥:물 = 1:4 비율로 넣고 끓임, 약 2시간

    Tip: 중간에 보면서 팥이 잠기도록 물 추가

          팥 알갱이가 있어야 식감이 좋으므로, 너무 뭉개지지 않도록 익힘

          숟가락으로 살살 눌렀을 때 스르륵 으깨지면 가열 중단

4) 3차 가열: 팥:설탕 = 1:0.3 비율, 소금도 0.5T 추가하고 끓임, 약 30분

     Tip: 소금은 취향에 따라 조절 ( T: 어른 숟가락 )

          엄청 달은 단팥을 만들려면 팥:설탕 비율은 1:1

          단팥에 들어가는 설탕은 백설탕 기준이며, 다른 달지 않은 설탕 사용 시 더 많이 넣어야 함

          설탕을 넣고 졸이는 과정은 팥이 냄비에 눌러 붙을 수 있으므로 주걱으로 저어주며 주시해야 함

          나중에 먹을 단팥은 지퍼백에 넣어 냉동 보관

<끝>

벌레가 먼저 팥을 맛봤더군요 🐛ㅎㅎ

 

설탕으로 졸이기 전 모습이예요. 알갱이가 이정도는 살아있어야 나중에 식감이 좋아요.
단팥도 처음, 앙버터도 처음이네요^^

 

                            앙버터의 자태 감상하시죠ㅎ 참고로, 양쪽에 팥과 버터를 따로 올렸더니, 버터가 떨어지지 않게 빵을 닫는게 힘들더군요 ^^; 단팥 위에 바로 버터를 올려주세요!
이렇게 얇게 눌러서 보관해야 나중에 해동이 쉽겠죠~~

이렇듯 단팥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다른 요리를 해야 할 때 병행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단팥 하나만 만들려고 가스불 앞에 서있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서(^^;) 무 피클과 단팥을 같이 만들었어요.

 

참고로, 단팥을 다 익혔는데 집에 설탕이 똑 떨어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익힌 팥:설탕 비율을 1:0.3 정도로 했는데, 너무 달지 않아 단팥만 그냥 먹기 좋더라고요. 혹시 칼로리가 걱정된다면 설탕 비율을 적게 해서 즐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호박죽, 단팥, 콩국수처럼 단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이 필수로 들어가는데요, 우리집 쉐프인 콩이아빠 말씀으로는 단 음식에 소금이 들어가야 단맛이 더 살고, 단맛이 강할 때 느껴지는 쓴맛이 없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요리를 잘 모르는 저는 그렇군 하며,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단팥 만들기가 끝나고 집에 퍼지던 단팥 향이 너무 좋았네요. 그리고 막 만들어진 단팥은 음.. 단연코 제가 먹어본 중에 제일이었습니다. 음식에는 향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네요. 단팥이라 함은 팥빙수나, 앙버터처럼 차갑게 많이 먹어서 향은 거의 맡을 수 없었는데, 따뜻한 단팥을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겨울밤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팥칼국수도 생각나고, 팥 농사를 지으셔서 팥을 떨어 보내주신 부모님도 생각나고 왠지 모르게 감사하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네요.

 

다음날, 냉동실에 보관해 둔 큰 언니가 만들어 준 치아바타가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해동하고 밤새 식혀둔 단팥을 깔고, 버터를 놓아 앙버터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한입 먹었을 때 여러가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자식 생각하는 부모님 마음과,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또 눈물이 나오려고 했네요^^; 

 

결론적으로 제가 만든 단팥은 어디에 같이 먹기보다 단팥 자체를 먹을 때 맛있더라구요. 빵에 같이 먹을 때는 엄청 달은 단팥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맛난 단팥도 먹고 가족의 사랑도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긴 겨울밤, 단팥 어떠신가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