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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들/산책을 하다가

비오는 날 산책하기

by 산책하기 좋은 날 202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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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마가 끝나서 맑은 하늘로 며칠 보냈습니다. 그런데 또 비가 옵니다.

올해에는 정들었던 뱃살과 안녕하기로 했기에 우산을 챙기고 비가 새지 않을 거 같은 신발을 챙겨 신고 길을 나섰습니다. 

 

보통은 천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걷는데요, 비 오는 날은 강물이 넘칠까 걱정도 되고, 지반이 물렁해져 있을 거 같아 천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는 피합니다. 예전에도 뉴스에 비가 많이 오는 날 보도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를 보고 더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심지를 걷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길에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보통 비가 오면 신발과 옷이 젖고 우산도 무거워져서 안 나오게 되는데 말이죠.

 

산책하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주절 거려봅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 멀리서 2톤 트럭이 오는 겁니다. 당연히 기다렸다 가려고 멈췄는데 트럭 기사님께서 손짓하며 얼른 건너가라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비맞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비에 우산 들고 있어도 안 쓴다고? 하는 분들이 몇 분 있었네요. 기분이 좋은가 싶은데 따라 하진 않았습니다. 

 

중년의 부인께서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와 화장, 회색 블라우스와 흰색 바지에 구두를 신고 걸어오시네요. 요새 생각하는게 곱게 늙어가면 좋겠다 인데 딱 제 이상형을 만난 거예요. 비 오는 날에 흰색 바지는 쉬운 선택이 아닐 텐데 회색 거리에 정갈해 보였고 밝은 분위기가 전해졌습니다. 나이 들어도 타인에 대한 매너를 잊어버리지 않고 나를 가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비 입은 아이가 비를 얼굴로 맞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최근들어 그렇게 즐거워 보이는 얼굴은 오랜만이었네요. 

 

집 근처에서 머리가 희끗한 남자분께서 보도블럭을 새로 까는 공사를 하고 계십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도 말이죠. 이런 날씨에 공사를 강행하게 하다니 관계자가 너무했다 싶었죠. 집에 있던 우비가 생각나서 가져다 드리려고 집에 들러 우비와 함께 다시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공사 마무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철수하시는 듯했습니다. 관계자 너무 하네 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만 생각이 있는 게 아니구나 싶고요. 

 

집 안에 머물러 있었던 생각들이 산책을 하며 흩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도 하게 되고 여러모로 즐거웠던 산책이었습니다. 빗소리 들으며 산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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